빈틈없이 거듭거듭 높이 치솟아 망원경으로조차 꼭대기를 보기 어려울 만큼 드높은 그런 생애를 조망할 때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양심이 큰 상처를 입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럼으로써 양심은 온갖 자상에 대해 보다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오로지 꽉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단 한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하러 책을 읽겠는가?
자네 말대로,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도록?
맙소사, 책을 읽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책이 없어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책이라면 아쉬운 대로 자신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사람을 떠나 인적 없는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프라하의 이방인 카프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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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시간을 두고, 카프카를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