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요즘 맛있는 음식 먹기를 무엇보다 좋아하게 된 나는, 연휴 동안 매 끼니마다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으며 새삼 놀라고 있다. 바로 내가 상상으로 찾던 그 맛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부러움으로 외식을 동경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돈을 지불하고 사 먹는 음식은 집에서 먹는 평범한 밥과는 으레 다를 거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까닭이다. 마치 어릴 적 어른이 '완벽'해 보였던 것처럼. 

나와 다른 세계, 다른 영역에 대해 습관적으로 부여해 왔던 일종의 거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회에 나오고, 사회적으로 어른이 된 이후로도 늘 그 거리에 대한 물리적 심리적 간격을 인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막상 사회의 면면을 하나둘 직시하게 되는 나이가 되자 그러한 민낯들이 때론 근사하면서도 터무니없이 보잘것없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가까운 지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는 다른 영역으로 너무나 쉽게 드나드는 모습을 볼 때면 늘 신기해 하곤 했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많이 누그러들었다. 

무엇보다 이는 내가 '확신'을 멀리해 왔던 심리적 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인생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 왔기 때문인지도. 가령 어느 맛있는 식당에 가더라도 '정말, 너무' 맛있다는 표현은 잘 못 쓰곤 했다. 저 사람 '진짜' 진국이네, 저 영화 '대박'이다...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 사람을 대할 때나 사소한 사건을 겪을 때, 받아들이는 감정의 경계가 제법 쉽게 무너짐을 느끼곤 한다. 그로 인해 내게 주어진 삶 이외의 영역에 대해서도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며 반대로 내게 아주 가까이 있는 것들의 소중함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맙소사 엄마가 해 주는 밥이 이토록 황홀한 맛이라니. 


연휴 내내 엄마가 귀신처럼 뚝딱 내놓는 밥을 먹을 때마다 나는 너무 행복했다. 이런 엄마의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더 자주 가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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